어느 목요일..
족, 같은 시간표를 견디던 나는 갑자기 크림 불닭이 먹고 싶어졌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
갈망이 채 식지 않은 마음을 안고, 집 앞 마트 라면 코너에 다다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 많은 불닭 - 그냥 불닭볶음면, 까르보 불닭볶음면, 로제 불닭볶음면 등 그 종류도 다양한 불닭들이 나열된 선반에는 - 크림 불닭볶음면만큼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원하던 그것과 그나마 비슷한 까르보 불닭으로 내 마음과 현실을 절충하려 했다.
그러나, 까르보 불닭은 나를 반겨주었다. 불쾌하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버르장머리 없는 저 닭대가리 새기를,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혼내주고 싶다는 감정이 닭대가리의 외양만큼이나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래서 까르보 불닭 옆의 로제 불닭을 손에 쥐었다.
쥐고 보니 오히려 크림 불닭에 가까운 쪽은 로제가 아니었을까, 하며 나는 덩달아 좋아진 기분을 만끽했다.
gs더프레시에서 라면 4개입을 5천원대에 구매했다.

https://m.etnews.com/20220124000211
스콘, ‘삼양 붉닭볶음면 라이브커머스’에 ‘미츄’ 버추얼 캐릭터 기술 제공
스콘(대표 기준수)은 11번가 LIVE11에서 진행하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라이브커머스에 자사가 서비스 중인 버추얼 캐릭터 솔루션 ‘미츄’의 버추얼 캐릭터 라이브 기술을 제공한다고 24일
www.etnews.com
닭대가리의 인상이 꽤나 깊게 남았던지, 나는 집에 와서도 머릿 속에 아른거리는 화려한 스타일을 잊지 못해 검색을 해봤다.
전자신문의 1월 24일자 기사에 따르면, 저 불닭 캐릭터는 버츄얼 캐릭터 솔루션인 ‘미츄’ 로 제작되어, 삼양식품이 MZ세대를 겨냥해 트렌디한 마케팅 방법으로써 채택했다고 한다.
얼떨결에 MZ세대가 된 나로써는 버츄얼 닭대가리가 식품을 홍보하는 것이 너무 불쾌할 뿐이다.

호식이로 심란해진 가슴을 달래본다.
이 글의 본문이라 할 수 있는 로제 불닭볶음면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불닭·고추·크림으로 완성한 내가 찾던 완벽한 K-로제!
베이컨과 햄향으로 포인트를 줬고, 오리지널 불닭볶음면 대비 맵기를 대폭 낮춰 매운맛을 어려워하는 소비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제품
삼양 홈페이지에 써있는 제품 특징이다. 로제 불닭은 21년 10월에 출시된 제품으로, ‘로제’가 크게 유행하던 때에 나왔다. 삼양식품이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음을 또다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로제 불닭볶음면 (봉지)의 중량은 140g, 열량은 555kcal이다. 계란, 우유, 대두, 밀, 닭고기, 쇠고기가 함유되어 있으며, 스프류 중 혼합전지분유가 약 22% 들어가 로제 맛을 구현했다. 제품 특징에도 나와 있듯 크게 맵지 않아 맵찔이들을 위한 불닭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https://m.samyangfoods.com/kor/brand/view.do?pageIndex=2&searchCateCd1=&searchCateCd2=&searchNewUseYn=&seq=533
제품 전체보기 | 브랜드 | 삼양식품
제품 특징 불닭·고추·크림으로 완성한 내가 찾던 완벽한 K-로제! 베이컨과 햄향으로 포인트를 줬고, 오리지널 불닭볶음면 대비 맵기를 대폭 낮춰 매운맛을 어려워하는 소비자들도
m.samyangfoods.com
자세한 정보는 삼양 제품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내가 요리한 로제 불닭볶음면이다. 가루스프 때문인지 사진 찍는 그 짧은 시간동안 떡이 져버렸다. 조리 시 물을 적당히 남기고 따라 버리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맵찔이 중 맵찔이이기 때문에, 슬라이스 체다 치즈를 위에 올렸다. 다른 치즈도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나에게 로제 불닭볶음면은 만족스럽지 않은 맛.
첫 맛은 굉장히 달았다. 라면도 밀가루인지라 씹다 보면 달아자기 마련인데, 이건 먹자마자 단 맛이 났다. 침이 녹말을 분해하기도 전에 이미 탄수화물이 당의 형태로 가득 존재했다는 얘기다.
그 다음은 부드러웠다. 로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유의 부드러운 맛이 났다. 까르보 불닭과는 또 다는 부드러움이었다. 까르보가 진득-한 부드러움이라면, 로제는 포근-한 부드러움이라고 하겠다.
끝 맛은 매웠다. 불닭은 불닭이었다. 다른 불닭처럼 속이 쓰린 매움까지는 아니어도 먹다보면 올라오는 아린 느낌이 분명 존재했다.
솔직히 달고 짜고 매운 맛 말고는 모르겠다. 가끔 몸에 안 좋은 맛이 당길 때가 있는데, 그 때가 아니고서야 굳이 찾아 먹지는 않을 것 같다.
불닭을 로제처럼 먹고싶다면, 비싸더라도 그냥 불닭에 생크림을 부어 먹는게 낫겠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양이 조금 애매했다. 한 봉지로 밥공기가 가득 차는 정도의 양이 나오는데, 식사로 치기엔 부족하고, 간식으로 치기엔 과하다. 식사로 먹을 거라면 계란, 소시지 등 부식을 곁들이는 걸 추천한다. 간식으로 먹을 거라면 주변에 나눔을 실천하거나 과식하거나.
이상 로제 불닭볶음면 후기 마침. 까르보 불닭 봉지에 버츄얼 닭대가리가 없어지는 날 까르보 불닭 후기도 쓰고 싶습니다.